현경 (유니온 신학대학원 교수. [종교 간의 대화와 협력] 전공), 홀로트로픽 숨치료 책 추천사
스탠 그로프 박사님과 크리스티나 그로프가 함께 쓰신 “홀로트로픽 숨치료(Holotropic Breathwork)”의 한국어판 출판을 축하한다. 이 책은 홀로트로픽 숨치료 (트숨)의 교과서적인 책이다. 역자인 김명권 박사님과 동료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현존하는 심리치유법 중에 가장 진보적이고 영성적인 방법 중에 하나라 여겨지는 이 심리치유법은 내가 경험한 모든 심리치유법 중에 가장 깊고 강력하게 무의식을 찾아가 우리 안의 그림자를 영적인 빛으로 변형시키는 방법이다. 이 책이 한국의 많은 치유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안내서가 되기를 기원한다.
바닷물의 맛을 알려면 바닷물을 먹어보아야 한다. 트숨 치유라는 큰 바다를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추천하는 일은 내 역량을 훨씬 넘어가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지난 10 년간 경험한 트숨 치유 중 가장 개인적인 한 경험을 나누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강력하고 신비로운 치유법을 소개하고 싶다. 쌀 한 톨에 온 우주가 들어 있듯이 내 치유경험의 한 사건이 트숨의 생생한 단면으로 이 책을 공부할 독자 여러분들에게 살아서 다가가기를 소망한다.
2010년 가을,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원 학생지도실 앞에 전시된 포스터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젊은 여성이 명상 자세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깊은 숨을 쉬고 있다. 그녀의 숨은 에니메이션 영화의 연기처럼 그녀 머리 위로 올라갔고 거기서 빛이 가득한 우주가 펼쳐지는 그림이 보인다. 그림 아래에 홀로트로픽 숨치료 무료 워크숍이 있으니 자신의 심리적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트라우마 치유를 하고 싶은 학생들은 참석하라는 안내문이 있다. 시간을 보니 토요일 오전 9 시부터 오후 6 시까지 하루 종일 진행되는 워크숍이었다. 준비물도 특이했다. 누워서 하는 워크숍이니 자신이 3-4 시간 정도 편하게 누워 작업할 수 있는 침구, 눈을 가릴 안대, 도시락, 음료 등을 가져오라 했다. 그림을 그릴 스케치북과 크레용이나 물감도 준비하란다. 하루 종일 진행하며 준비물도 너무 많아 바쁜 대학원생들이 이 워크숍에 갈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때 나는 미국의 신학대학원 학생들에게 신에 대해 어떻게 진정성 있게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미국 신학대학원 학생들의 50 % 정도가 정신과적 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마음이 아파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는 놀라운 통계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통계였지만 수긍이 가기도 했다. 미국의 개신교 교회나 가톨릭 교회는 이제 교인수가 현격히 줄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교회에 남아있는 소수의 노인 교인들의 헌금으로는 교회의 건물 유지비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학대학원도 거의 1 년에 하나씩 문을 닫거나 살아남기 위해 몇 개의 학교가 합병을 하거나 캠퍼스를 팔아 시골로 이사 가서 학교를 유지하고 있었다. 급격히 세속화되어가는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신학은 이미 멋진 미래를 약속하는 “가성비 높은” 학문이 아니었다. 심하게 말하자면 미국에서의 신학은 어떤 의미에서 “사양산업”이 되어가고 있다. 이상한 것은 유니온 신학대학원같은 경우 등록금이 거의 아이비리그 학교들 수준으로 비싼 데도 불구하고 매년 젊은 학생들이 넘치도록 몰려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생을 두고 이자를 붙여 갚아야 하는 은행빚을 안고서 말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학생들에게 왜 유니온 신학대학원에 왔냐고 물으면 목사가 되기 위해서 왔다는 사람은 50 %도 안된다. 나머지 학생들은 자신을 찾기 위해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왔다고 한다. 나는 참 많은 학생들의 눈에서 고통과 혼돈의 그림자를 본다. 하긴 고통이 없는 사람이 미국같은 나라에서 왜 신학을 공부하겠나? 어거스틴의 “고백록” 에서 보듯이 고통은 신을 찾아 들어가는 관문이다. 나는 학생들이 자신의 고통의 뿌리를 알고 고통을 통해 고통을 넘어 신을 만나기를 원했다. 그것은 또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이성 중심의 신학 교육 방법에 회의를 품고 있던 나는 학생들의 의미 추구를 안내할 수 있고 더 깊이 경험적으로 신성과 만날 수 있는 가르침의 방식을 찾고 있었다. 특히 그 즈음 내가 꼭 키우고 싶었던 총명하고 아름다운 박사과정의 여학생이 우울증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학교를 떠난 사건까지 일어났었다. 나는 학생들의 아픈 마음을 고쳐줄 수 있는 지름길이 있을까 하여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내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홀로트로픽 숨치료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토요일에 모든 준비물을 들고 워크숍 장소를 찾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택은 우주가 보낸 동시성에 신의 은총이 더해져 내 삶을 바꾸는 큰 계기로 다가온 것 같다.
워크숍 장소에는 콜럼비아 대학교 학생들과 유니온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25 명 가량 모여 있었다. 유니온 학생들은 교수인 내가 나타나니 놀란 얼굴로 반갑게 인사했다. 워크숍 리더로 보이는 콜롬비아대 교수님께 가서 내가 유니온 교수라는 것을 알리고 인사했다. 쥬디스 밀러(Judith Miller) 교수님은 음악을 틀 남자 조교와 둘이서 이 워크숍을 리드하신다 했다. 그녀는 해리 포터에 나오는 원형적 마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60 대 후반으로 보이시는데 숫이 많은 곱슬곱슬한 흰머리를 날리며 60 년 대 히피 스타일의 의상과 커다란 악세사리를 하고 계셨다. 첫눈에 마음에 드는 지혜의 여성 원형 (Wise Women Archetype)이셨다. 그녀는 자신이 이 워크숍을 수없이 했지만 유니온 교수가 온 것은 처음이라며 무척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녀는 참가자에게 짧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가장 편한 자세로 침구 위에 누워 눈을 감고 자연스럽게 숨을 쉬며 앞으로 틀어줄 음악 속으로 다이빙하듯이 마음속으로 들어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어떤 이미지가 나타나던 그 이미지를 따라가 보라고 했다. 이곳은 안전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자신이 금방 달려가겠다고 참가자 모두를 안심시켰다. 나는 이 워크숍에 대한 아무 사전 지식이나 기대가 없었기에 그녀가 하라는 대로 따라갔다.
토요일 아침부터 누워서 쉰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학교에 여러 어려운 일들이 있었고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던 차에 그냥 푹 쉬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단전호흡을 하며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음악은 가사가 없고 원주민 제례음악이나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월드 뮤직(세계음악)처럼 낯선 것이었다. 타악기나 북소리가 많았고 아름답고 신비하고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나는 밀러 교수님의 명상 가이드를 따라 음악의 바다 속으로 다이빙을 했다. 내 몸은 음악 속으로 천천히 깊이 가라앉았다.
큰 수족관에 고래가 있다. 나는 고래와 눈이 마주친다. 고래가 자기 등에 타라고 한다. 나는 훼일 라이더(Whale Rider) 영화의 소녀처럼 고래 등을 타고 수족관을 빠져나가 크고 푸른 바다로 함께 탈출한다. 대서양으로 나가자 그 당시 나와 힘든 연애 끝에 헤어진 애인이 하얀 요트 위에서 바다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에게 바다로 뛰어들어 같이 고래타기 하자고 초대한다. 그는 망설인다. 나는 계속 손을 흔들며 고래타기는 요트타기와 비교가 안되게 재미있다고 하며 요트에서 뛰어내리라 한다. 그가 머뭇거리더니 뛰어내린다. 고래와 나는 그에게 다가가 그를 태운다. 그는 무서워한다. 나는 그에게 내 허리를 꼭 잡으라 하고 고래의 귀를 잡는다. 고래는 무서워하는 그가 재미있었는지 하늘을 향해 뛰면서 공중 곡예를 한다. 우리는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며 웃는다.
하늘로 뛰어오른 고래가 신화적인 가루다 새가 되어 눈 쌓인 히말라야 산 위를 나른다. 아, 자유의 바람.... 그는 내 뒤에서 내 허리를 더욱 꼭 잡는다. 가루다가 설산의 수행자의 동굴 입구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동굴은 깜깜하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위험하다고 내려가지 말자는 그에게 “내가 있잖아. 나를 믿어.” 하면서 그의 손을 잡고 앞장서서 내려갔다. 99 개 계단 아래는 검은 연못이 있다. 그 옆에는 검은 관이 놓여있다. 그는 빨리 도망가자고 했다. 나는 여기까지 와서 도망갈 순 없다고 하며 관뚜껑을 연다. 관 안에는 암으로 젊은 나이에 죽은 그의 전 애인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들고 누워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그녀가 눈을 뜨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나는 그에게 “당신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네.” 하고 혼자 동굴을 나온다.
동굴 밖은 들꽃이 가득 피어있는 푸른 들판이다. 내 눈에서는 폭포처럼 눈물이 쏟아진다. 형형색색의 나비들이 나타나 내 주변을 나른다. “역시 나는 혼자다.” 울면서 아무도 없는 들판을 걸어간다. 외로운가? 그런데 자유롭다. 들꽃향기와 나비들의 춤이 황홀하다. 저 먼 곳에서 젊은 남자가 국방색 군복에 베레모를 쓰고 뛰어온다. “아, 체 게베라다!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한다. 그가 말한다. “승리의 그날까지 한결같이....” 손을 잡고 들꽃을 헤치며 함께 걷는다. 한참 걷다보니 그가 사라졌다. 또 혼자 걷는다. 멀리서 흰 광목 옷을 입은 사람이 걸어온다. “아, 예수다!” 그의 품에 안긴다. “내가 너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다시는 종의 멍에를 지지마라.” 그의 속삭임에 그의 품에 안겨 흐느낀다. 그가 빛이 되어 사라진다. 나는 들판에서 나비들과 함께 나비춤을 춘다. 한참 춤을 추다 보니 황금색 옷을 입은 누군가가 천천히 명상하듯이 나를 향해 걸어온다. “아, 붓다다!” 그에게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여 깊이 인사한다. 그는 내게 너무도 평화로운 고요로 미소짓는다. 나도 그에게 미소짓는다. 우리는 함께 행선을 한다. 붓다는 가고 나만 남는다.
멀리서 축제의 음악이 들린다. 누군가가 신나게 춤을 추며 내게 다가온다. 커다란 가슴이 다 보이는 노란 프릴이 달린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풍성한 엉덩이를 흔들며 머리 위의 광주리엔 잘 익은 과일과 갓 구운 빵, 그리고 화려한 열대의 꽃들을 가득히 채워서 이고 지신밟기를 하듯 맨발로 땅을 꾹꾹 누르면서 누가 온다. “아, 오충이다!” 쿠바 여행 때 쿠바의 샤먼 바발라오가 나의 수호신이라고 말해주었던 사랑과 풍요의 여신, 오충, 그녀가 왔다. 우리는 지칠 때 까지 함께 춤을 춘다. 그녀가 내게 그녀의 광주리를 전해준다. “Multiply and Share!” (증가시키고 나누렴!)
내 몸의 모든 챠크라가 다 열린 듯 내 안에서 뜨거운 에너지가 밑으로부터 위로 상승한다. 내 팔과 다리, 온 몸이 저절로 펄쩍 펄쩍 뛰기 시작한다. 누군가 다가와 내 이마 가운데 제 삼의 눈 자리를 부드럽게 누른다. 나의 격렬한 몸의 떨림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천천히 숨쉬라는 밀러 교수님이 목소리가 들린다. 조용한 챈팅음악 속에 나는 잠이 든다. 이제 준비가 된 사람은 천천히 눈을 뜨고 일어나 앉아 오늘 본 핵심 이미지를 그려보라는 밀러 교수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그 날 우리 25 명은 본인이 본 것을 그림을 그려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밀러 교수님은 내가 홀로트로픽 숨치료 치료자가 되기 위해 훈련받는 많은 사람들이 몇 년에 걸쳐 경험하는 것을 오늘 한꺼번에 경험한 것 같다고 하시며 이 전통의 치료자가 되어 보라고 권유하셨다. 사실 나는 그 날 내 인생의 핵심문제와 감정,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비젼을 세 시간 만에 다 경험한 것 같았다. 거의 10 년을 여러 전통의 치료법을 받아온 나는 이 방법의 치유 속도와 강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그 당시 내가 도와주고 싶었던 많은 탈북 여성들을 치유하는데 이 방법이 최고일 것 같다는 직감이 왔다.
그래서 나는 잉고 야제츠 박사와 밀러 교수가 지도하는 “트숨” 훈련 과정을 2012 년에서 2015 년 까지 3 년에 걸쳐 독일을 오가며 공부하게 되었다. 그 후 시험을 보고 3 년 이상의 슈퍼비젼을 받아 이 분야의 치료자와 영성 가이드가 되었다. 다사다난하고 파란만장한 과정이었으나 내 인생에서 “트숨”을 만난 건 큰 축복이었다. 정의를 이루기 위해 싸웠던 여러 사회운동, 인간과 신을 이해하기 위해 오랫동안 해왔던 신학 공부, 많은 치료법을 통해서도 해결하기 어려웠던 깊은 내면의 문제들에 대해 트숨은 가장 깊은 대답과 치유의 동력을 내게 선물했다. 나는 이제 대부분의 시간을 안전한 우주가 내편임을 믿고 우주가 안내하는 동시성을 따라가며 매 순간을 경이와 감사로 살아간다. 나의 핵심감정이었던 “고아의 외로움”은 “여신의 Joy(기쁨)” 으로 바뀌었다. 아직도 고아의 외로움에 가끔씩 빠지지만 여신의 기쁨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사안에 따라 3 초에서 3 시간 정도 걸린다. 트숨과 씨름했던 지난 10 년의 결실이 아닐까?
“홀로트로픽 숨치료”는 트숨 분야의 필독서이다. 한국의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어느 나라보다도 역사적 트라우마로 힘들었던 한반도. 역사적 트라우마에서 파생되는 몇 대에 걸친 개인적 트라우마에 오늘도 많은 한국인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 책이 많은 분들에게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과 평화를 찾아가는 여정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트숨에서 가장 강조되는 “에고의 죽음” 과 “하나됨-일원성” 의 에너지가 분단과 분열, 차별과 혐오, 기후 위기, 전염병으로 고생하는 남북한의 모든 사람들에게 참된 자유, 평화, 사랑의 생명 가득함을 가져올 그 날을 기다리며 이 책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