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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나에게 트숨은!

아무 2023.11.18 11:10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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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트숨 그림>

 


트숨은 나에게 어떤 것일까?


트숨을 하면서 내 몸에 단단하게 박혀있던 비늘이 하나씩 둘씩 벗겨져나갔다. 비늘은 나를 보호해주는 갑옷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입을 수밖에 없었던 보호장치로서의 갑옷. 지금 나의 삶에서 위협이나 외부의 공격은 사라졌어도 나의 내면에 남아있는 위험에 대한 공포는 비늘이 무겁고 아파도 그것을 벗을 수 없게 하였다. 마치 몸의 일부인 양 남아 있었다. 비늘에 쌓여있던 몸은 경직되고 부자연스러웠다. 비늘을 건드리면 살을 파고드는 고통에 움츠리게 되었다. ‘니들이 나를 알아’ 하는 강한 반발심을 가졌다. 하지만 트숨과 자기분석을 통해 내 몸에 비늘이 더덕더덕 붙어있다는 것과 그 비늘이 무겁고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내면의 지혜를 따라 그것을 떼어낼 수 있었다. 5년 동안의 트숨 여정에서 어느새 비늘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비늘이 사라진 몸은 훨씬 가볍고 유연하고 평화로워졌다.

트숨에서 만난 나의 모습은 그동안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모습도 있었고, 어떤 부분은 예측하지 못했던 모습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삭제된 것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분노, 나를 즐겁게 하는 욕구들, 꾸미고 드러내는 것, 의존하고 기대는 것, 투정부리고 매달리는 것, 선을 넘는 것 등등. 워낙 어릴 때부터 오랜 세월동안 삭제된 채로 살다보니 무엇이 빠져있는지, 불편함을 느껴도 그 불편함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삶이 그런가보다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욕구들에 대해 물으면 나와는 관계없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로만 들려왔다. 그렇다고 욕구에 대한 소망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욕구와 기대와 바램이 있었지만 그것을 드러내고 충족시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마음 안에 가둬두는 것이 몸에 습으로 베어 있었다.

트숨을 하면서 삭제되었다고 여겼던 나의 욕구들이 진짜 없는 것인지, 너무 깊숙이 묻혀서 잊혀진 것인지 확인하고 발굴해낼 수 있었다. 힘들고 아픈 것들을 드러내고 기대려고 한다. 또 가족들 챙긴다고 못하던 것들을 하나씩 하고 있다. 그로프 레거시 과정을 시작하였고 내년 1월에 있는 니콰라과 여행도 도전한다. 집을 오랫동안 비우면 안된다는 강한 신념을 깼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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